-수정- 깊은 샘은 넘치지 않는다. (지인 C와의 만남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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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Lanz - Beloved



나로부터 시작된 옛 얘기로 인해... 우린 뜻하지 않은 어둔 기억까지 떠올리고 있었다.



전날, 사귀던 여자친구를 만났다던 지인 C는 홀 옆자리에서 왼손을 이마에 댄 채, 내 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이야기가 계속 되었다.



  "그애가 말했어요. 오빠는 처음 사귀기엔 쉽다고... 그냥 처음 만날 땐, 친절하고 따뜻하고 언제나 밝다고.... 하지만, 더 가까이 가면 무서워진다고... 아무 발디딜 것이 없이 그 밑바닥을 알 수 없어서... " 



나의 마음에도 불이 들어왔다, 나의 시선은 어린 시절의 육감을 떠올리 듯, 왼쪽 아래를 향했고, 눈을 들어 다시 C를 바라보았을 때, 나는 시 한구절을 읽어주고 있었다.





    깊은 샘은 넘치지 않는다

    그 깊이속에 삼켜졌던 

    수많은 심연의 날선 빛깔들

    깊은 샘은 넘치지 않는 법이다

    - 깊은 샘 

    그것은 그자체로 얼마나 역설적인가

    깊은 샘은 쉽게 넘치지 않는다

    폭풍우가 일어도 얕은 웅덩이처럼 

    쉽게 넘쳐 흐려지지 않는다.



    ("시 혹은 삶에서" 中 1993.) 



 "맞아요, 샘... 내가 보는 세상의 한계는 샘과 같았어요." 



.......



 "쉽게 이해받을 수 없기에, 혼자의  깊이속으로만 파고 들어야 했던... 쉽게 울거나, 웃어내버리지 못하는..."



.............





때로는 위로받지 못한 상처가 삶의 뜨거운 추진력이 되기도 한다.

또한 혼자만의 깊고 투명한 진정성이, 혼란한 세상에 자신을 지키는 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힘은 마치 냉장고의 매커니즘처럼 삶의 내면을 끝내 더욱 얼어붙게 한다. 



너무 오래 동결되어 이제 아무도 꺼내려 하지 않는 냉동실 구석의 고깃덩이처럼.

그 상처는 더욱 단단해져 버린다.



깊은 샘...

잔잔하기에 오히려 깊이 참아온 상처의 칼날들은 언제고 양지속에 드러내져야 한다.

볕이 드는 서늘한 가을 오후라도.. 한번은 혼자서라도 펑펑 울어줘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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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인 C의 말처럼, 아무래도 첫 만남부터 과거를 얘기하는 건 아무리 친해지고 싶은 사이라도 조심해야 할는지 모른다.



사람들은 과거에서 대체로 어둔 기억을 먼저 떠올리고, 현재와 미래에서 밝은 희망의 그림과 실마리를 찾으려 한다. 

(더구나 나처럼, 육감적으로 공감하고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은 더 어둡게 보이기 마련이다. 누가 시선을 내리깐 사람을 밝게 볼 수 있겠는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두운 만남을 기피한다. 비록 그것이 공허한 것일 지라도, 밝음에 익숙한 만남을 바란다. 



2. 

자신의 얼굴을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되자.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첫인상을 준비하자.

 - 지인C의 말을 듣고,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던 나는 문득 부끄러워지고 말았다. 자기시간에 대한 컨트롤... 그리고 자신감과 적극성이 다 내 얼굴안에 들어있는 것이다 - 

타인은 내 마음과 준비된 의도를 먼저 보지 않고, 내 얼굴 안에서 우선 모든 걸 해석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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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C와 내가 공감했듯이... 모든 삶의 순간은 제멋대로 편집될 수 없다. 



그러나 기억은..   촘촘하지 못한 그물이다. 



더구나 아침의 바쁜 여유는 여러번 그 기억의 실한 덩어리들을 그물질하지 못한다.





꺼내지 못한 더 큰 덩어리들은... 더 명료한 외양으로 다시 한번 드러날 일이 있을 것이다.





나는 깊이 공감하는 사람일수록 서두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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